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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산책 중 만난 까치집 – 까치는 어떻게 집을 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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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기분 전환 겸 집 근처 산책길을 걷다가 우연히 나무 위에 까치집을 발견했다. 멀리서 봐도 금방 눈에 띌 정도로 제법 큰 집이었고, 까치 한 마리가 바쁘게 나뭇가지를 물고 와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까치는 도대체 어떻게 집 짓는 법을 아는 걸까?’
누가 가르쳐주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그 주변에는 나뭇가지들이 바닥에 많이 떨어져 있었고, 까치는 그중 적당한 것을 골라 날아오르며 집을 조금씩 완성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까치와 까치집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봤다.


까치는 집 짓는 방법을 어떻게 알까?

까치는 ‘본능’으로 집을 짓는다. 인간이 언어나 수학을 배워야 아는 것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새들은 태어날 때부터 집 짓는 방법에 대한 설계도를 본능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 특별히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신이 속한 종이 전통적으로 지어온 방식에 따라 집을 짓는다.

까치는 그중에서도 특히 영리하고 섬세한 새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들의 둥지도 다른 새들에 비해 구조가 훨씬 정교하다. 보통 가지, 잔풀, 진흙, 심지어는 철사나 플라스틱 조각 같은 인간이 버린 것들까지 활용해서 튼튼한 구조를 만든다. 마치 작은 건축가처럼 주위를 둘러보며 필요한 재료를 수집하는 것이다.


까치집의 구조 – 돔 형태의 지붕이 있는 집

까치집은 일반적인 새둥지와는 조금 다르다. 보통 새들은 나뭇가지 사이에 그릇 모양의 둥지를 만들지만, 까치는 그 위에 돔 형태의 지붕까지 덮는다. 즉, 아래는 바구니처럼 알을 품을 수 있는 공간이고, 위는 천적과 비바람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뚜껑 같은 구조다.

이 지붕 구조는 천적을 막기 위한 까치의 생존 전략이다. 알을 노리는 뱀이나 다른 새들이 위에서 내려다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까치는 마치 작은 오두막 같은 집을 짓는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까치집은 마치 나무 위에 매달린 커다란 공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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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의 번식기와 집짓기 시기

까치는 보통 3월부터 5월 사이에 번식을 준비하며, 이 시기에 집을 짓기 시작한다. 암수가 짝을 이루고 함께 둥지를 만들며, 한 쌍의 까치는 한 해에 한 번 둥지를 짓고 5~8개의 알을 낳는다. 집짓기는 약 1~2주 정도 소요되며, 이 기간 동안 끊임없이 재료를 물어 나르고 정성스럽게 둥지를 만든다.

내가 산책하면서 본 그 까치도 어쩌면 이번 생애 처음으로 짝을 만나 첫 집을 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바쁜 날갯짓과 눈빛 속에는 생명의 본능과 따뜻한 둥지를 향한 의지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까치와 사람, 그리고 공존

까치는 한국에서 예로부터 ‘길조(吉鳥)’로 여겨졌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믿기도 하고, 꿈에서 까치를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해석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까치가 도심 속 전깃줄이나 교통 표지판 위에 둥지를 틀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까치의 지혜롭고 집요한 생존 방식은 늘 우리에게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자연 속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삶의 방식은 때로는 인간보다 더 합리적이고 정직하다.


다시 그 나무를 지나며

그날 산책 중 만난 까치집은 나에게 아주 짧지만 인상 깊은 자연 수업이었다. 도심 속에서도 이렇게 생명이 숨 쉬는 현장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다음에 다시 그 길을 걷게 된다면, 나는 또 고개를 들어 그 나무를 올려다볼 것이다.
그 까치의 집은 잘 완성됐을까? 그 속에서 새끼들이 태어났을까?
잠시 멈춰 서서 그렇게 조용히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혹시 여러분도 산책 중에 까치집을 보게 된다면, 잠깐 발걸음을 멈춰보세요. 그 작은 생명의 세계가 전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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