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정보

요즘 길거리에 떠다니는 하얀 솜털 정체는? 봄마다 나타나는 ‘씨앗 눈’ 이야기

728x90

요즘 길을 걷다 보면 눈처럼 하얀 솜털이 공중에 날리는 걸 자주 보게 된다. 처음엔 누가 방석을 터뜨렸나 싶을 정도로 하늘하늘한 솜이 도로 위, 잔디밭 위, 심지어는 내 머리 위로 날아다녔다. 정말 눈이 오는 줄 착각할 정도로 하얀 것이 몽실몽실 흩날려서 순간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곤 한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다. 누군가는 “미세먼지보다 무섭다”라며 알레르기를 걱정하고, 누군가는 “봄눈이네”라며 사진을 찍기도 한다. 나 역시 궁금한 마음에 이 솜털의 정체를 찾아봤다. 그리고 그 정체는 놀랍게도 우리가 흔히 보는 나무의 씨앗이었다.

봄마다 나타나는 ‘씨앗 눈’ 이야기

하얀 솜털의 정체, 바로 ‘은백양’과 ‘버드나무’의 씨앗

흩날리는 하얀 솜털은 대부분 은백양(포플러), 혹은 버드나무의 씨앗이다. 특히 은백양은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어서 도심이나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 나무들은 씨앗에 가벼운 솜털 같은 털을 달고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게 한다. 마치 민들레 씨앗처럼 생겼지만 훨씬 작고 더 가볍다.

이 시기에는 주로 5월 초~6월 초 사이로, 내가 사는 파주 지역도 며칠 전부터 하얀 솜이 날리기 시작했다. 특히 한강 근처 산책로를 걸을 때, 솜털이 얼굴이나 옷에 붙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그날은 검정 옷을 입고 있었는데, 상의에 흰 털이 수북하게 붙어서 마치 먼지를 묻힌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왜 이리 많이 날릴까? 바람을 이용한 자연의 번식 전략

이 나무들이 솜털을 달고 씨앗을 퍼뜨리는 방식은 풍매산포(wind dispersal)라는 자연의 전략이다. 씨앗이 멀리 퍼져 더 넓은 지역에서 자랄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특히 은백양과 버드나무는 빠르게 성장하고, 뿌리 번식도 잘 되는 종류라 도심 환경에 적응하기 좋아 가로수로 많이 심어진다.

하지만 그만큼 이 시기엔 ‘씨앗 눈’처럼 온 도심이 솜에 덮이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오면 현관 앞 매트에 하얀 털이 쌓여 있는 걸 보고 실감할 수 있었다.

알레르기나 건강에 문제는 없을까?

개인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었지만, 비염이 있는 지인은 이 시기에 코가 심하게 간지럽고 눈이 가렵다고 했다. 실제로 이 씨앗 자체가 알레르기를 유발하진 않지만, 공기 중에 부유하며 다른 꽃가루나 미세먼지를 함께 옮길 수 있어 간접적인 불편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처럼 솜털이 많이 날리는 날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외출 후 세수를 꼼꼼히 하는 게 좋다. 특히 렌즈를 끼는 사람은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자연의 신비로움, 그러나 관리도 필요하다

이 하얀 솜털들을 보며 ‘봄의 낭만’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일부 도시에서는 씨앗 날림을 줄이기 위한 수종 교체나 가지치기를 하기도 한다. 특히 중국 북경 등에서는 포플러 씨앗이 공기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관리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씨앗 날림을 줄이기 위해 수컷 포플러(씨앗을 안 만드는)를 심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봄을 알려주는 자연의 신호

요즘 날리는 하얀 솜털은 알고 보면 자연이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아주 과학적인 방식이다. 나처럼 처음엔 “누가 솜을 흩뿌렸지?” 싶었지만, 알고 나면 한층 더 자연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

도심 속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이렇게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원리를 알고 나니, 괜히 하늘에 흩날리는 솜털을 바라보며 미소 짓게 된다.

728x90